좋은 시들의 모음

96.가을에 띄우는 편지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2. 21:57

 


가을에 띄우는 편지
 








가을에 띄우는 편지 - 김설하


침묵했던 고요가 허물어지고
푸르게 일어나는 신새벽
건너 산등성이에서
계절 묻어온 바람 넘어듭니다

매미의 목쉰 울음소리 잠잠해진
가을바람 산들산들 스치는 날에
조금 전 들었던 그대 목소리만 걸러
기다림으로 사위어가던
가슴 저안 당신이라는 문패에
따스한 손길로 불 밝힙니다

보고 싶은 얼굴 잎새마다 걸려
한 잎에 그대이름 적고
또 한 잎에 내 이름 적어
무명지 아리도록 눌러쓴 사연
그리움 동봉하여 걸어두려니
갈잎 물들어가는 이 계절
우리 사랑도 익겠습니다

변함없다는
말 또박또박 새기고
영원하다는 약속 지워지지 않게
잎새마다 빼곡히 적어
내 마음의 소인도 찍어 두었으니
이제는 쓸쓸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힘드시나요
다시 고개내민 햇살이
당신의 창가에 쏟아질 때
그것을 가슴에 담으세요


안된다구요
피하지 못할거라면 즐기세요
추락하지 않고서 풀씨 한톨도
깊이 뿌리를 내릴수는 없어요


포기하고 싶다구요
100프로의 오차는 없습니다
0.1프로의 여백이 있다면
그것으로 다시 시작을 하세요


꿈은 붙잡고 있는 동안은
절대 스스로 떠날 수는 없어요
살아 있다는 것은 끝없는 도전이지요
열정, 그것을 당신의 재산으로 삼으세요


다시 시작하세요
살아 있는 시간은 오늘입니다
어제의 자신은 이미 죽은 것
한 치 앞을 모르는 미래도 생각지 마세요
오늘,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당신
그 모습만으로도 자랑스럽잖아요
                                                                                                            
* 다시 시작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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