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74.가을 落書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2. 19:58

 

 

   

가을 落書 / 박동월


별이라도 풍덩 떨어져
그랬으면 좋으리.
내 호수를 흔들어 주었으면 좋으리.
푸념이지만 나는 그렇게
끙끙거리고 있나니,
한 토막 어둠으로 포장된 밤이
헐떡거리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절벽위에 앉아 있는 소쩍새
밤은 어쩜 아무도 헤아릴 수 없는
피라미드 같은 것.
언어들은 모두 새끈히 잠들어 있고
슬픈 혈관은 아직도 날개짓이다.


날아온다,
그래도 날아 올거다.
오늘밤, 어둠의 나뭇가지 위로
나도 밤이 되고
기도하는 너의 밤도 영글어
빨갛게 엽서 한 장으로 내려앉는
가을, 그 임무를 완수하고
중력의 방향으로 떨어지는 낙서,
그랬으면 좋으리


별이라도 풍덩 떨어져
내 호수를, 그대의 그림자를
흔들어 주었으면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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