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4.『불암산 횡단 형 건강산책로』를 걸으며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1. 29. 16:26

『불암산 횡단 형 건강산책로』를 걸으며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걷는 것이야말로 두뇌 회전에 가장 좋은 일」이라고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강조했다. 걷거나 발을 사용하는 단순작업은 뇌 세포를 임전(臨戰)상태로 만들며 이 상태가 뇌 세포를 긴장시키면서 뇌에 피와 산소를 더 많이 공급한다. 당연히 뇌의 활동도 좋아진다. 실제로 걸을 때는 뇌 세포 가운데 약 10%가량의 기능이 좋아진다고 한다.

또한 동양의학에서도 걸으면 신체의 발전소에 해당하는 내장이 자극을 받아 에너지를 낸단다. 이 에너지가 변전소에 해당하는 뇌로 흐르면, 뇌가 이것을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하게 되어 머리가 맑아지고 기발한 착상도 떠오르게 된다고 한다.

-불암산 정상-

불암산(佛岩山)이라는 명칭은 큰 바위로 된 봉우리가 마치 송낙을 쓴 부처의 형상이라 하여 붙여졌으며 「천보산(天寶山)」이라고도 한다. 20년 이상을 불암산과 호흡하며 살아온 필자가 2005년의 정년퇴직 이후로는 정상에 오르는 등산을 자제하고 『불암산 횡단 형 건강산책로』를 걷고 있다. 주로 아내와 함께 걷는다. 처음 『불암산 횡단 형 건강산책로』, 이 길은 「숲 탐방로」라고 불렸으나 요즈음 산책로를 정비하면서 바뀐 이름이다.

 -불암산 초입의 생성약수터-

『불암산 횡단 형 건강산책로』는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부터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상계 덕암초등학교를 지나 생성약수터, 정자, 불암계곡, 양지초소오거리, 넓적바위의 순서로 왕복 4km를 걷는 구간이다. 걷는 시간은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되며 대략 340kcal가 소모된단다. 걷는 중간 중간에는 약수터, 정자, 화장실, 목교(나무로 만든 다리), 안내판, 에어브러쉬, 다양한 운동기구 등이 설치되어있어 걷다가 지치면 쉬어가기도 하고 다양한 운동을 할 수도 있어 좋다.

-불암산입구 생성약수터로부터 올라가는 등산길의 정자-



별도의 등산장비를 꼭 필요로 하지도 않으며 식수로 이용할 물 한병만 있으면 부담 없이 산길을 걸을 수 있어 매우 좋다. 걷는 산책로에는 곳곳에 쉼터가 마련되어있으며 오솔길, 계곡길, 돌길, 흙길이 있어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홀로 걸어도 좋고 친구와 함께라면 더욱 즐거운 산책이 되겠지만 가족과 함께 다정하게 걸으면 매우 좋다.

-불암산입구 불암계곡 목교(나무다리)-


더욱 좋은 것은 꼭 정상까지 올라야 하는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자기의 체력에 맞게 언제 걸어도 좋다. 그런데 걷다가 양지초소4거리에 이르면 잘 가꾸어놓은 시비(詩碑) 하나를 만난다. 중견 방송인 최불암(崔佛岩) 님의『불암산(佛岩山)이여!』라는 제목의 詩碑가 양지초소오거리에 서있다. 시비가 세워진 것은 요즈음에 일어난 일이다.

 -불암산 양지초소 5거리에 세워진 詩碑 불암산이여!-

-불암산 양지초소 5거리에 세워진詩碑 불암산이여!-



이름이 너무 커서 어머니도 한번 불러보지 못한 채 내가 광대의 길을 들어서서 염치없이 사용한 죄스러움의 세월, 영욕의 세월, 그 웅장함과 은둔을 감히 모른 채 그 그늘에 몸을 붙여 살아왔습니다. 수천만대를 거쳐 노원을 안고 지켜온 큰 웅지의 품을 넘보아가며 터무니없이 불암산을 빌려 살았습니다. 용서하십시오.」라는 내용이다.


-불암산 양지초소 5거리에 설치된 운동기구와 쉴 수 있는 벤치-


비단 세워진 시비(詩碑)뿐만이 아니다. 그는 불암산의 명예 산주가 됐다. 지난 10월 24일 노원문화원에서 개최한 제7차 노원문화포럼에 참석한 그는 자연사 박물관 유치를 위한 서명부에 서명을 하며 자연사 박물관이 꼭 불암산에 유치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노원구청장과 구의회 의장, 문화원장이 제안한 불암산 명예 산주 즉 홍보대사 직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본명: 최영한)는 또한 자신의 예명이 산 이름뿐 아니라 한자까지 같은 인연으로 「명예산주」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그는 명예산주가 된 기념으로 노원구와 함께 오는 11월12일 불암산 제6등산로에서 자신이 지은 「불암산이여!」라는 제목의 시비 제막식을 열고 직접 시를 낭송할 예정이란다.

-불암산 양지초소 5거리에 세워진 안내판-



이날 강의에 앞서 노원구는 불암산과 같은 한자를 쓰고 있어 남다른 인연이 있는 최불암씨에게 명예산주라는 호칭을 수여했으며 이에 대해 최불암씨는 큰 감격을 느낀다는 소감을 전했다. 노원문화포럼에 참석한 그는「불암산 같은 든든함과 부처님 바위처럼 강건함... 그런 의지를 가진 사람이 되라고 이름을 지어주셨지만, 불암산 산주라는 명예를 주신 이런 의미는 아마 이 나이에 들어서 큰 감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라는 말을 남겼다.

- 불암산 산책로로 올라가는 이정표-


노원구는 앞으로 명예산주인 최불암씨와 함께 불암산을 찾는 시민과 등산객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각종 사업을 개발해 함께할 계획이다. 또한 이날 강의 후 국내 최초로 건립되는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불암산 유치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동참 한 최불암씨는 자연사 박물관이 노원구 불암산에 꼭 유치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비석을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금방 다양한 운동기구를 만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필자는 이 운동기구를 애용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레그프레스, 롤링웨이스트, 워밍암, 크로스컨트리, 트리플트위스트 등 8종류의 운동기구를 통해 운동을 마치면 잠시 벤치에 기대여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는 코스를 택하여 귀가하는 산책을 한다.

 

-불암산 양지초소 5거리에 설치된 운동기구와 쉴 수 있는 정자-

산길을 걷다보면 소나무뿐만 아니라 산 벚나무, 싸리나무, 은사시나무, 산초나무, 진달래나무, 물오리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아카시아나무 등과 마주친다. 이때 가만히 산행하면서 각종 나무들이 내뿜는 향을 맡아 보라. 그윽한 산 냄새가 더욱 깊어진다. 피톤치드라고 불리는 식물의 이 향은 사람의 몸에 흡수되면 피부를 자극해서 신체의 활성을 높이고, 피를 잘 돌게 하며, 심리가 안정되는 등의 작용을 한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학자들은 피톤치드의 효과를 톡톡히 보려면 산 중턱이 좋고,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일사량이 많으며, 온도와 습도가 높은 오전 시간대가 적당하다고 말한다. 특히, 소나무가 내뱉는 달콤 쌉싸래한 향을 맡으면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숲은 우리의 오감, 즉 눈, 코, 입, 귀, 피부를 만족시키기에 정서적으로도 산림욕이 좋다는 보고가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콘크리트와 벽돌 건물에서 대부분을 보내는 생활인들에게 『불암산 횡단 형 건강산책로』를 권한다.

                                                            

김승만님은 늘 온 힘을 기울여 생성약수터를 관리한다. 창조적이고 헌신적인 그의 배려가 오늘날의 생성약수터가 있도록 해주고 있다. 그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낙엽을 오늘도 열심히 쓸고 있다가 필자의 요구에 따라 포즈를 취해주었다.
 -2009년 11월 8일-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주왕산~~~!!!  (0) 2012.11.29
5.월악산  (0) 2012.11.29
3.춘천 " 오봉산 "  (0) 2012.11.29
2.낙산공원 성곽 탐방길 따라  (0) 2012.11.29
1.불암산 등산과 나의 행복  (0) 2007.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