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

24.고혈압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1. 25. 06:45
고혈압


고혈압은 중년이후 주요 사망원인인 뇌졸중, 심장병 등의 원인제공자로 매년 환자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내 통계에 의하면 1990년 고혈압환자는 남성이 21%, 여성은 20%였으나 2000년에는 남성 31%, 여성 27%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고혈압환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혈압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비율이 겨우 16%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유는 뻔하다. 고혈압 자체론 증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는 지난해 5월 정상 혈압 기준치를 기존 120∼129/80∼84(㎜Hg)에서 120/80 미만으로 강화하고, 120∼139/80∼89사이는 고혈압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고혈압 전 단계’로 규정했다. 이 경우 혈압이 129/84인 사람은 종전엔 ‘정상 혈압’으로 분류됐으나 새로운 미국 기준에 의해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졸지에 고혈압 ‘환자’가 된 것 아닌가하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혈압 상승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위험성은 어느 특정 혈압을 넘어서면서부터 없던 위험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준을 정한 것은 치료 방침을 세우기 위해 부득이하게 임의의 선을 그어 놓은 것뿐이다.

 

고혈압이 문제되는 이유는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고혈압에 의한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뇌졸중, 심부전, 신부전, 관상동맥질환 등이다. 따라서 혈압 조절을 철저히 하면 이들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

 

한 통계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을 10㎜Hg 낮추면 심근경색증 12%, 뇌졸중 19%, 심부전 15%, 당뇨 합병증 17% 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고혈압의 95% 이상은 뚜렷한 원인이 없는 ‘본태성 고혈압’이다. 유전적 요인도 있고 짠 음식, 흡연, 나이, 비만,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도 유발 요인이다. 나머지 5% 정도는 다른 질병에 의해 2차성으로 발생한다. 또 스테로이드가 든 관절염약이나 보약, 여성 호르몬제를 복용한 뒤 고혈압이 되기도 한다.

 

고혈압과 당뇨를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은 심근경색증,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의 발생 위험이 더 높다. 따라서 당뇨 환자는 혈압을 더 잘 조절해야 한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역시 심혈관질환 위험이 3배이상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혈압이 높으면 뒷골이 당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대부분은 증상이 없다. 증상이 나타날 땐 이미 합병증이 생긴 경우로 보면 된다. 또 고혈압 환자가 약물 치료를 하다 증상이 없다고 중단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절대 안된다. 혈압을 측정하면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혈압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음식은 소금기를 줄여서 저염 식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 약 10.5g의 소금을 섭취하는 사람이 이를 반으로 줄이면 수축기 혈압이 평균 4∼6㎜Hg 감소된다. 짜게 먹는 한국인은 하루 평균 15∼20g의 소금을 섭취하는 데 하루 5.8g이하로 줄여야 한다. 비만인 경우엔 칼로리를 줄여 체중 조절을 적절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기간의 힘든 운동보다는 걷기, 달리기, 수영,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보디빌딩이나 발밀기 등 근력 운동은 순간 혈압을 올릴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그밖에 흡연과 음주, 카페인, 스트레스 등도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약물 치료는 생활습관을 개선해도 충분히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 비해 좋은 약물이 많이 개발돼 있다. 흔히 쓰이는 약제는 칼슘 길항제, 베타 차단제, 알파 차단제, 이뇨제 등이다. 이를 통해 혈압을 140/9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단 당뇨나 신장병이 동반된 경우엔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이 특히 높으므로 더욱 엄격하게 130/85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도움말:박정의 교수(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