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잊지 못 할 중남미 여행(16)-경제사범으로 몰린 아내
-칠레의 안데스산맥을 오르는 꼬불꼬불한 길-
-칠레의 안데스산맥을 오르는 꼬불꼬불한 길-
-칠레의 안데스산맥의 고원지대 잉카호수(인솔자 이은정양과 함께)-
-칠레의 안데스산맥의 고원지대-
-칠래의 산티아고-
-칠레의 안데스산맥의 고원지대 잉카호수-
칠레의 산티아고
칠레의 산티아고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으므로 전용버스를 타고 시내를 한바퀴 돌면서 시간을 더 보내다 공항을 향하여 달렸다. 9시쯤 됐을까? 가방을 버스에서 내려 공항으로 끌고 들어가 대기실에 앉아 휴식시간을 가졌다.
짐을 부치고 티켓 팅 할 시간까지가 휴식시간이다. 그 시간이 되니 펠리빼씨가 신호를 한다. 짐을 부치고 펠리뻬씨와 아쉬운 작별을 하려는데 그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전송해달라고 귀엣말을 한다.
그와는 서로의 집 전화번호와 휴대 폰 전화번호, E-Mail주소 등을 점심식사를 하던 음식점에서 이미 교환했는데, 서로 소식을 주고받자는 의미의 귀엣말이다. 출국심사는 역시 까다롭게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출국심사를 마치고도 탑승대기실의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탑승할 시간을 기다리는 2시간 이상은 너무나 지루하게 느껴진다. 1시 55분에 B 12번 출구를 통하여 탑승, 좌석 15D와 F에 앉았다. 그런데 옆 좌석이 비어있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훨씬 편안하게 비행할 수 있음은 대단한 행운이다. 무려 8시간을 비행해야 하는데 좌석하나를 더 차지하고 누워, 때로는 잠을 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정시간보다 빠른 2시 20분에 활주로를 벗어난 LA 587 여객기는 고도를 잡자 저녁식사(?)가 제공되었다. 저녁식사라기 보다는 간식이라고 해야 맞는 말인가?
지난 20일의 여행기록을 정리하고 나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 2006년 5월 21일 일요일, 4시 40분이 된다. 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5일째 되는 날 새벽시간이다. 눈을 가리개로 가리고 잠깐 눈을 부치고 화장실에 다녀와 보니, 비어있는 옆 좌석을 이용하여 아내는 누워서 잠을 자고 있다.
좌석에 앉으면 아내가 잠을 깰 수도 있겠다. 깨우고 싶지 않아 한참동안 좌석사이 통로를 이용하여 몇 바퀴를 돌아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조심스럽게 좌석에 앉아 눈을 붙였다.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잠을 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여행하려는 칠레는 남미대륙 태평양 연안의 ⅔를 차지하고 있는 길쭉한 모양의 나라다. 스페인이 1541년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식민도시를 건설했으며, 1810년 독립운동을 일으켰으나 실패했다.
1817년 아르헨티나의 산마르틴의 원조로 1818년 독립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1879∼1884년에는 아타카마 사막의 초석산지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페루, 볼리비아와 전쟁에서 이겨 광물자원을 기반으로 번영의 기초를 세우게 된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 이후 초석 수요의 감소와 더불어 칠레의 경기도 후퇴하기 시작하고, 1931∼1932년에는 대통령이 8번이나 교체되었으나, 1932년 알렉산드리 대통령 때는 안정을 유지했다.
아예데가 대통령이 당선된 1970년에는 의회제 민주주의 아래, 사회주의에의 이행이라는 사회주의 정권이 탄생하였으나, 1973년 쿠테타 이후 피노체트 군사정권이 계속되고 있고, 좌익세력은 불법화되고, 국회도 해산되었으며, 정당 활동도 할 수 없다. 8시쯤 됐을까? 승무원이 먹을 것을 가지고 와서 오므라이스나 샌드위치 가운데 고르란다.
오므라이스와 케이크를 먹고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뭐니 뭐니 해도 먹는 즐거움이 제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먹고 마시는 가운데 시간은 꾸준하게 흘러 10시에 가까워지고 어느덧 내릴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10시 10분쯤 우리가 탑승한 LA 587여객기는 칠레의 산티아고 국제공항의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경제사범으로 몰린 아내
입국신고를 하려고 줄을 서 기다리는 가운데, 아바나공항보다 훨씬 부드럽게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일행들은 속삭인다. 필자역시 가볍게 입국신고를 마치고, 아내가 하고 있는 창구 쪽을 바라보았더니 문제가 있는 듯 보인다. 나오려다 말고 아내가 있는 그 창구로 갔다. 아내의 입국신고를 맡은 여성 담당관은 동료담당관을 불러 무엇인가를 숙의하더니 아내를 안쪽 사무실로 데리고 간다. 따라가면서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걱정하지 말고 그냥 기다려 달라." 고 했다.
사무실로 들어가니 남자담당관 2명이 더 있다. "우리는 지금 그룹여행을 하고 있는데 그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문제의 내용을 설명해줘야 우리그룹여행객들에게 설명을 할 수 있다."고 말을 했더니, "이곳 산티아고에는 처음 왔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고 말하자, "전에는 이곳에 한번도 와본 일이 없느냐?" 고 또 묻는다. 전혀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름이 똑같은 「이경자」라는 사람이 경제사범으로 지명수배 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을 하면서 "조사를 더 해봐야 되니까 일행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덧붙인 다음 "다시 이 사무실로 와 달라."고 그는 조용하게 말한다.
아내를 그 사무실에 남겨놓고 입국심사대를 막 지나 밖으로 나오려니 인솔자 이은정양이 기다리고 서 있다. 문제가 된 내용 설명을 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하면서 이미 찾아놓은 우리가방을 끌고 가잔다. "가방의 바퀴부분이 부서져서 LAN 항공사(LAN 칠레)측에 신고를 해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항공사 사무실을 찾아가 신고를 했다.
사무실에 있던 직원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줘서 담당자가 문제의 우리가방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아바나공항에서 가방을 부친 영수증과 여권이 필요하니 달라고 요구한다. 영수증과 여권을 넘겨주고 난 조금 후, 공항직원은 "비슷한 가방으로 대체해주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상점의 문이 닫혀, 대체해주기는 불가능하므로 돈으로 보상하겠다."고 말한다.
가방 값으로 미화 80달러를 건네주면서 사인을 요구했다. 변상을 받은 가방 외에도 조금순 여사 가방과 또 다른 가방 2개가 이상이 생겼다. 그런데 그 가방들은 부서진 정도가 경미해서 수리를 해야 하지만, 역시 일요일이니까 지금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가방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아내의 일이 궁금했다. 아까 그 사무실로 가려는데 아내는 이미 입국신고대에서 확인 절차를 마치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미안하게 됐다는 인사를 남기고 전용버스를 타려고 밖으로 나가니 추위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