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359.담쟁이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5. 12:56
 
담쟁이/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수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