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2. 21:36
가을 밀어
가을 밀어
가끔은 아주 가끔은 물빛 갈대 촉촉한 몹짓이 애뜯는 너의 마음이듯이 말끔이 마음을 비우고 몰래 너의 창가를 스쳐가는 바람이 되고 싶다 작고 여리던 하얀 구절초 처럼 야윈 모습에 아직도 저 꿈결 같은 동화 속에 살고 싶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새벽 빛에 스러져버리는 이슬이 되고 싶다 처음보다 더 순결한 너의 첫사랑이 되고 싶다 가을 하늘에 흘러가는 양떼구름처럼, 쓸쓸하게 흘러가는 가을 강물처럼 정갈하게, 지순하게, 소슬하게, 쓸쓸하게 그렇게 눈물나는 나였으면 좋겠다
아주 가끔은 가슴빈터를 공허하지 않게 목젖에 걸린 말 "사랑합니다"란 말을 꺼내 너의 가슴도 황홀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흔들리는 것이 자기 울음인지 줄 모르는 갈대처럼 아주 조용히 울고 싶다
지친 날개 숨겨 접어 재로 묻어둔 푸른 꿈들이 오래전 너와 나의 기도였듯이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부려 위안 삼고 싶다 아직은 우리들의 길이 남아 있음에
ㅡ 가향 박동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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