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들의 모음

18.내 가을은 아직도 머플러 속에 숨어 있다

달리는 말(이재남) 2012. 12. 1. 21:24

내 가을은 아직도 머플러 속에 숨어 있다


내 가을은 아직도 머플러 속에 숨어 있다


허기처럼 오고 있었던 거야
하룻밤 안부가 왜 길었는지 모른채
바람파도에 휩쓸리며
열아홉의 가을날을 움켜쥐고
아직도 10월의 거리로 못 나간
내 가을이 서글피 울고 있었어
맞아, 아직도 내 열아홉의 가을이
환영처럼 울고 있었던 거야
환청처럼 들렸던 거야
아직도 그 길모퉁이에 서성거리고 있었던 거야
그러게 나만 몰랐어
그 거리에 나만 없다는 걸
핑크빛 시절에
갇혀 있던 내 열아홉이
얼굴을 파묻은 머풀러 속에
아직도 그리움으로 숨어 있다는 걸
이 불혹의 가을에
그 축축했던 기억들을 끌어안고
갈참나무 낙엽이 되어
아주 무겁게 흔들리고 있었던 거야

그래 맞아
내 가을은 아직도 머플러 속에 숨어 잇었던 거야

- 글, 가향 朴東月 / 우울증 잠 못 이루는 밤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