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패션의 나라, 프랑스 일주여행

30.「연작의 아버지」모네

달리는 말(이재남) 2021. 11. 9. 07:00

 

클로드 모네의 연작수련도

 

그러나 1890년부터는 연작이 모네의 예술을 규정하는 원리가 되어, 열점 이상의 동시 전시로 그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1891년의건초더미의 전시를 시작으로 1892년의포플러, 1895년의루앙 대성당, 1904년의런던 풍경, 1912년의베네치아 풍경 전시가 잇달았고, 1897년부터 1926년 사망할 때까지 매달린수련연작은 그의 정점이었다.

연작이라는 형식에서 부각되는 것은 그려진 대상이 아니라, 그것이 연작의 다른 작품과 보여주는 미학적 차이점이다. 연작의 아버지모네 이후 연작은 많은 화가들이 선호한 작업방식이자 전시방법이 되었다.

예술가는 반복하는 사람으로 한 번하고 말면 기행에 그치게 될 일도, 반복하면 예술이 된다. 예술은 스스로를 반복할 뿐만 아니라, 그 본질에 있어 삶과 자연의 반복에 다름 아니다. 삶 역시차이 나는 반복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습관이라는 이름으로 행동을 반복하고,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생각을 반복한다.

모네는 말년에 눈병으로 고생을 했다. 드가처럼 완전한 실명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1908년부터 증상이 심해진 백내장으로 가끔씩 작업을 쉬어야했고 1923년에는 그가 꺼려하던 눈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을 수밖에 없었다.

 

모네의 이 일본식다리의 구조물은 풍속화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모네정원의 상징이다

 

장님이 처음 눈 떠 본 세상처럼 순수하게 눈에만 의존한 이미지를 그리고 싶다고 말했던 모네가 시력이 쇠해가는 눈을 집중한 것은 집의 연못이었다. 일본식 다리라고 부른 곳 위에 서서 물을 내려다보며, 그는 지평선이 없어 풍경화라고 할 수 없는 풍경화, 곧 물의 표면을 그렸다.

수련연작을 기반으로 만들어 그가 죽은 이듬해 오랑주의 미술관에 설치된 대 장식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추상과 모네를 연결시켜주는 기념비적 작업이 되었다. 높이 2m, 총길이 87m의 수련 연못표면 그림으로 미술관 방 2개의 벽을 가득 채워 관람자를 연못 속에 뜬 섬으로 만들 듯, 이 작업은 추상적 표현주의가 등장할 때까지는 받아들일 기준이나 척도조차 없었다.

 

모네의 정원 연못에 수련이 만발해 있다 노년에 백내장을 앓으며 수련연작을 완성했다

모네의 정원을 집 2층에서 바라본 모습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유럽에서 그 이전의 기하학적 형식주의와 반대되는 반이성 주의적이고 역동적인 추상미술이 등장하자, 모네를 현대회화의 선구자로 주목하게 되었다. 샤갈은 모네를우리시대의 미켈란젤로라고 했고 앙드레 마송은 오랑주의 미술관을인상주의의 시스틴 채플이라 불렀다.

지베르니 작업실에 쌓인 채 방치되고 있던 그의 말년의 수련연작들은 1950년대 말부터 세계 각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모네의 아들이 사망한 이후 관리가 되지 않고 있던 지베르니의 집과 정원은 1980년대에 들어와서클로드 모네 미술관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모네의 정원에는 온갖 꽃이 만발해 있었다-

 

이곳에는 화가가 직접 디자인하고, 여섯 명의 정원사를 두고 가꾼 정원과 연못, 모네가 만든세상에서 가장 큰 팔레트를 볼 수 있지만 그의 그림과 유족의 기증품을 소장한 파리의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서 많이 볼 수 있단다. 손자와 필자는 1시간 동안 모네의 정원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모네의 집안으로 들어가 구경하려고 100m 정도의 줄을 서서 입장하는 순서를 기다렸다가 집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집 내부의 기념품 구경을 마치고 모네가 생활하던 공간을 구경하는데도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손자에게 찍고 싶은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도록 카메라를 맡기고, 필자역시 카메라에 수많은 사진을 마음껏 담았다.

모네의 집을 벗어나 조금 걸으니 부티크가 있고 바로 그 옆에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온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맛있고 충분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옆 부티크에 들어간 필자는 아내에게 선물할 팔찌와 브리지를 구입하는데, 손자역시 모친과 이모에게 선물할 팔찌 2개를 구입한다.

전용버스가 서있는 주차장까지 걸어간 필자일행은 운전기사 조아 김이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칼바도스 현의 행정중심 도시, 캉을 향하여 달렸다. 중간에 한 번의 휴식시간은 화장실에 다녀와 손자가 즐겨먹는 아이스크림을 구입하여 먹고 약 2시간을 달려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캉에 도착하였다.

 

-모네의 꽃의 정원-